티스토리 뷰
2003년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이승엽(27)이 아시아 한시즌 최다 홈런 기록인 56호를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극적으로 터뜨렸습니다.
롯데와의 시즌 마지막 경기. 타순을 3번에서 4번으로 바꾼 이승엽은 2회말 첫타석에서 롯데 이정민 투수의 3번째 볼인 직구를 걷어 올려 좌중간을 가르는 120m짜리 홈런을 날렸습니다.
4월5일 대구 개막전에서 2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시작된 그의 홈런 기록은 그해 6월22일 최연소 3백 홈런으로 이어졌고 10월2일 드디어 39년만에 깨어지는 홈런 신기록을 수립했습니다.
이승엽의 홈런기록을 보기 위해 전국 야구장은 인산인해를 이뤘고 홈런볼을 잡을 수 있는 곳에는 수많은 잠자리채와 기상천외한 모습의 포구기구들이 야구장을 뒤덮었습니다.
대구야구장은 이승엽의 홈런 기록을 위해 여러 가지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축포는 물론이고 기록의 숫자 <56>을 전광판에 새기기로 되어 있었죠.
경기 시작전부터 1백여명의 기자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가장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 앵글을 잡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홈베이스 뒷 그물에 앉은 저는 전광판에 새겨질 <56>이라는 대형 숫자와 이승엽의 환호 모습을 동시에 그려 보았습니다.
2회 첫 타석에 들어선 이승엽.
그는 모든 국민이 바라던 아시아 최다 홈런 기록 56호를 쳤습니다.
그러나 2루 베이스를 도는 순간에도 <56> 숫자는 전광판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 짧은 순간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해야 했습니다.
그때 3루 베이스를 지나는 이승엽 뒤로 전광판에 <56>이라는 숫자가 들어왔습니다.
3루를 돌며 두손을 번쩍 들고 환호하는 이승엽의 사진을 포기하고 류중일 코치와 기쁨을 나누는 순간 <56>이라는 숫자와 같이 이승엽의 모습을 한 장의 사진에 담았습니다.
이 사진은 그해 한국보도사진전 스포츠부문 금상의 영예를 안겨줬으며 이승엽의 56호 아시아 최다 홈런 신기록을 알리는 대표적 사진이 되었습니다.
2004년 2년간 5억엔을 받고 일본프로야구 퍼시픽리그 지바 롯데에 입단한 이승엽은 이듬해 일본시리즈에서 홈런 3개를 쳐내며 지바 롯데의 31년 만의 우승에 기여했습니다.
이 활약으로 이승엽은 2006년 센트럴리그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이적했고, 타율 0.323, 41홈런, 108타점으로 눈부신 활약을 펼쳤습니다.
요미우리와 4년간 30억엔 재계약에 성공한 이승엽은 왼손 엄지 수술과 무릎 통증 등 부상을 겪으며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1·2군을 넘나들다가 오릭스로 팀을 옮겼습니다.
이승엽의 일본 통산 8년간의 성적은 타율 0.257, 홈런 159개, 타점 439개입니다.
2012년 다시 삼성 라이온즈로 돌아온 이승엽은 2017년 10월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 현역 마지막 경기에서 홈런 2개를 치며 5타수 2안타 3타점 2득점을 올렸습니다.
이승엽은 KBO리그 개인 통산 1천906경기 타율 0.302(7천132타수 2천156안타), 467홈런, 1천498타점, 1천355득점으로 현역 생활을 마감했습니다.